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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조치원역에서 만난 15년 전의 기억, 군대 후반기 교육가는 기차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연히 조치원역에 오게 되었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보게 된 모습이 저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15년 전의 기억입니다. 그날도 목요일이었습니다.

 

 

 

저는 2004년에 군대에 입영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또래의 친구들은 모두 전역하고 1~2년쯤 지났을 즈음 늦은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군대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가장 절절히 느껴질 때가 아마도 입대 전날 잠자기 전과 입대한 날 밤 처음으로 훈련소에 잠을 잘 때가 아닌가 합니다. 입대 전날 밤은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리고 입대 후 첫날밤은 뜬 눈으로 지새운 것 같습니다. 730일의 군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훈련소 내무실 동기들과도 친밀하게 지내며 웃는 일도 많았습니다. 혼자 하면 못할 것도 옆에 누군가가 함께 하고 있으니 용기도 생기고 뒤처지지 않아야겠다는 작은 경쟁심도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금방 한 달여가 지나가 버렸습니다.

 

드디어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훈련병 모두를 모와놓고 시뮬레이션까지 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불러와 난수를 넣어 무작위라는 점을, 절대 조작이 없음을 강조하며 자대 배치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발표가 났습니다. 저는 제2수송교육단이라는 곳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2수교'라고 짧게 하여 불렀습니다. 그곳이 제가 남은 군생활을 마치는 곳이냐?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후반기 교육이라고 불리는 주특기 교육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부대 이름에서 느끼셨겠지만 그곳은 운전병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그곳은 경산에 있습니다. 그때 훈련소가 있었던 증평에서 경산에 갈 때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증평역에서 조치원역까지, 조치원역에서 동대구역까지. 조치원은 충북선과 경부선이 만나는 역입니다. 

훈련소 밖을 5주 만에 나오니 모든 것이 좀 생경스럽고 신기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증평역에서 우리는 전투식량(점심식사 대용)을 받고 정들었던(?) 조교들과 헤어져 조치원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조치원역에서 각 자의 자대 및 후반기 교육 부대로 가는 기차를 나뉘어서 기다렸습니다.

여러 동기들과 헤어짐의 인사도 나누고, 함께 가게 되어 더욱 친해진 동기들과 앞으로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습니다. '신병 훈련소보다는 낫겠지?',  'tv는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이 무척 컸습니다.

그 때 플랫폼에서 더블백을 깔고 앉아 기차를 기다리던 저의 모습 15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때 저는 '저 기차 타고 집에 가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저기에 앉아 있는 군인들도 그런 생각을 할까요? 젊은 남녀가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지금 저렇게 데이트하러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했었습니다.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 동대구행 기차가 들어왔고 우리는 앉으라는 자리에 앉아 동대구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개밥(?) 같았던 전투식량을 먹으며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잠시 동안의 민간인들, 사회의 냄새를 맡고 다시 후반기 교육을 받는 경산의 부대에 입소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척 힘들어했던 적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가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다 함께 생활하며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웃음을 함께 나누며 힘들어도 함께 하니 참을 수 있었던 시절. 그래도 빨리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그리워하는 기억이 돼버렸습니다. 이제는 예비군도 끝났고, 민방위도 끝나버렸습니다. 더 이상 국가에서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이가 되어 갑니다.

 

저 사진 속의 군인들도 기차를 기다리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들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저 군인들도 언젠가 다시 가족과 친구들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낼 것입니다.

돌아가는 그날까지 다치지 않고 마음의 상처 없이 잘 돌아오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잠시동안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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